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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7살 노묘와 함께 살아간다는 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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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녕하세요. 캔따개 바이블 입니다 .
저의 첫 고양이, 첫 사랑 페리는
신부전과 심장병을 동시에
앍고있어요.
14살 나이로, 시한부 선고를 판정 받고도
2025년 현재
아주 똥꼬 발랄하게 잘 살고 있어요.
처치는 모두 중단하고
호스피스로 행복하게 살고 있답니다.
페리의 이야기가 ,
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에게
집사님에게
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
이렇게 글을 씁니다 .
궁금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
댓글로 물어봐 주세요.

2008년, 페리를 처음 만났어요.
아이와의 인연은 우연이였지만,
함께 지낸 시간은 운명처럼 흘러왔어요.
처음 키워보는 고양이라 모든게 서툴렀고
많이 실수도 했지만
페리는 그저 제 곁을 지켜 주었어요.
그렇게 우리는 어느덧 17년이라는 시간을
함께 보내고 있어요.
지금 페리는 모든 약을 끊고, 호스피스
케어중이예요.
그런데도 밥 잘먹고, 응아도 잘 하고,
간식 소리에는 언제든 똥꼬 발랄하게
달려오고
현관문 앞 산책을 참 좋아해요.

14살, 이상함으로 시작됐어요.
페리가 14살이 되던 해였어요.
그날도 평소처럼 밥을 먹고,
조용히 누워있는데
뭔가 이상했어요.
표정이 어둡고, 움직임이 조금 느려졌달까.
가족들은 말했어요.
" 괜찮아 보이는데?
나이 들어서 그런 걸 꺼야."
저는 직감적으로 알았어요.
" 페리가 아프다 !! "

병원을 워낙 무서워하고 싫어해서
저를 공격하기도 했던 페리인지라
병원에 가는게 머뭇거려 졌지만
뭔가 이상하게 꼭 가야 한다는
생각이 들었어요.
결론은 신부전 + 심장병 HCM
두 질환 모두 수치가 측정 되지 않을
정도로 최악이였어요.
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.
" 신장을 살리면 심장이 무너지고,
심장을 보호하면 신장이 무너질 수 있어요.
마음의 준비를 해 두시는게 좋습니다"
라고요.

수액을 준비하다.
집에 돌아와 수액을 준비했어요.
분명히 설명을 들었고, 약도 잘 챙겨 왔는데
정말 아무것도 생각이 안났어요.
그러다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했어요.
"수액을 넣을떄... 수돗물이였나? 정수기 물이 였나?"
정말 황당한 소리겠지만
그정도로 의학에 무지했고,
아무것도 생각 안 날 정도로 충격을 받은 거였어요.
머릿속이 하애지고, 손은 떨리고..
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.
결국 병원에 다시 전화를 걸었어요.
" 선생님.. 수액에 들어가는 물은 뭘 써야 하나요? "
지금 생각해도 정말 너무 황당한 질문이예요.
그날 , 제가 얼마나 멍했는지 .. 슬픔에 빠졌는지
아주 정확하게 기억이 나요.

첫 수액, 두시간동안
바늘을 들고 울었어요.
처음으로 수액 바늘을 잡았어요.
바늘이 어찌나 두꺼워 보이던지.
제 손은 계속 떨리고.
페리는 죽어가고 있고 ..
"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..
내가 잘못하고 있는거면 어쩌지.."
그 마음뿐이였어요.
제 욕심에 , 제 옆에 조금이라도 두고 싶은
나쁜 욕심에 아이에게 더 큰 고통을
주는건 아닌지..
참 고민만 하다
시간을 보낸 거 같아요.
어떻게 바늘을 직접 찔러야 하는지도
정말 무섭고 떨렸구요.

그 후로 약 4년.
페리는 아주 건강히 잘 지내요.
페리를 돌보며 늘 다짐하던게 있어요.
수많은 정보 속에서 , 페리와 저만의
호흡으로 맞춰나간 방법들을 공유하자.
공유해서 비슷한 아이에게 도움을 주자.
라고 말이예요.
혹시 지금 , 저처럼 처음 아픈 아이를
마주한 분이 계신가요?
수액이 무섭고, 약 설명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
주사 앞에서 손이 떨리고
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울고 계시지는 않으신가요..
괜찮아요.
정말 괜찮아요.
그건, 정말 사랑해서 그런거예요.
그리고
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다는 것 자체가
이미 충분히 잘 하고 계신 거예요.
저도 그랬어요.
그리고 지금도 페리와 함께
잘 살아가고 있어요.
제가 경험한걸 나눌께요.
제가 배운 것들을 나눌께요.
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써내려 갈께요.
우리 모두 같은 길 위에서
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걸
잊이 않으셨으면 해요.
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,
다음 포스팅에서는
페리와 제가 수액맞기에 대해
서로 호흡을 맞춰나갔던 이야기를
써볼께요.
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.
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
남겨주세요.
감사합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