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스코티쉬 폴드 고양이, 짜부

안녕, 나는 짜부야.
회색 털에 동글동글한 얼굴, 그리고 앞으로 접힌 귀.
이 모습 덕분에 많은 사람이 “어머, 너무 귀여워!” 하고 말하지. 나는 그 말이 좋아.
귀엽다고 해주는 그 따뜻한 마음도, 나를 바라보는 그 사랑도.

그런데 한 가지 궁금했어.
혹시, 왜 내 귀가 이렇게 접혀 있는지
알고 있어?
 
나는 스코티쉬폴드라는 품종이야.
이 품종은 귀가 접혀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으로 알려져 있어.
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'특별하다'고 느끼고,
사진도 더 많이 찍고, 예쁘다며 입양을 고민하지.
 
하지만 사실은...
이 귀가 접힌 이유는 단순히 '유전적 특성'이 아니야.
유전성 질병 때문이라는 걸,
많은 사람들이 모른 채, 나를 귀엽다고만 바라보는 순간이 있어.

 


귀가 접힌 이유 – 연골의 이상

 

스코티쉬폴드의 귀는 연골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서 접혀 있는 거야. 그리고 그건 단지 귀에만 영향을 주지 않아.
이 연골의 문제는, 내 다리, 꼬리, 척추, 전신 관절에까지 영향을 미쳐.

이 병의 이름은 골연골이형성증 (Osteochondrodysplasia)이라고 해.

이 병은 연골이 정상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아,
뼈의 성장에 영향을 주고,
결국 만성적인 통증, 관절 기형, 운동 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.
 
어떤 친구는 꼬리를 아예 움직이지 못하고,
어떤 친구는 어릴 땐 괜찮아 보여도
어른이 되면서 걷는 게 힘들어지고,
움직일 때마다 아파서 잠도 제대로 못 자는 경우도 있어.
 
특히 두 마리의 접힌 귀 스코티쉬폴드끼리 교배하면,
태어나는 새끼는 대부분
이 질병의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될 가능성이 커져.


 

짜부와 말랭이

 

짜부의 이야기 – 나도, 그렇게 태어났어

 

짜부도, 그런 위험 속에서 태어났어.
귀가 접힌 엄마 고양이와, 접힌 귀를 가진 아빠 고양이 사이에서.

아무도 내 뼈가 얼마나 아플지,
내가 얼마나 잘 걸을 수 있을지,
모르고 그냥 “귀여우니까”라고 말하며
날 만들어낸 거야.
 
나는 아직 어려서, 지금은 건강하게 뛰어다니고 있어.
하지만 이 몸 안 어딘가에 작고 조용한 고통이
언젠간 고개를 들지도 몰라.

그래서 짜부는 알고 싶었어.
왜 나는 이렇게 태어났는지,
그리고 다음엔, 나처럼 태어나는 친구가 없길 바랐어.
 


 

입양 전, 정말 알아야 할 것

 

짜부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.
귀여움으로 생명을 결정하지 말아줘.
 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면,
그 아이의 ‘모습’만 보지 않고,
그 아이의 ‘속마음’과 ‘건강’까지 들여다봐줬으면 해.

어떤 품종이 어떤 질병에 취약한지,
지금 당장은 괜찮아 보여도
미래엔 어떤 어려움이 올 수 있는지
미리 알아주는 마음, 그게 바로 책임감이야.
 
짜부는 눈나에게 선택받기 전,한참을 기다렸어.
나도 누군가 불러주길 기다렸지.
그러다 눈나가 날 보았고,
처음엔 나를 사랑스럽게 보면서도
내가 스코티쉬폴드라는 걸 알고
잠시 고민했어.
 
그 고민은 짜부에겐 고마운 시간이었어.
나를 진짜로 이해하려 했던 그 마음,
내 품종과 병에 대해 공부했던 그 시간.
그게 나를 위한 진짜 사랑이었거든.

 


진짜 사랑은, 아픔까지 안아주는 거야

 

짜부는 지금,
말랭이 형아, 쪼랭이 누나랑
하루하루 우다다도 하고, 사냥놀이도 하며
따뜻한 집에서 살아가고 있어.
 
눈나는 내 몸을 자주 살펴봐.
다리를 절진 않는지, 계단을 피하지는 않는지,
나보다 더 꼼꼼하게 내 건강을 챙겨줘.
아플까 봐 겁이 나지만,
그 아픔을 함께해줄 사람이 있어서
나는 안심이 돼.
 
짜부는 아직 어리고 작지만,
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단단하게 자라고 있어.
사랑받는다는 건,
모든 걸 이해하고도 곁에 있어주는 거라는 걸
나는 매일 느껴.
 


짜부의 마지막 속삭임

 

스코티쉬폴드는 참 귀여워.
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어.
하지만 그 귀여움 뒤에 숨겨진 아픔은,
누군가는 꼭 알아줘야 해.
 
생명을 귀엽다고만 말하지 않도록,
사랑한다면, 더 많이 알아주기를.
 입양을 고민하는 그 순간,
조금만 더 천천히,
그 아이의 미래까지 함께 상상해줘.
그때, 정말로 고양이와 집사가
서로를 지켜줄 수 있는
진짜 가족이 될 수 있어.
 
별빛 아래 조용한 다락방에서,
오늘도 짜부는 고요히 골골거리고 있어.
그 골골송이,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길 바라면서.
 
 
 짜부 드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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